10월 5, 2026

AI로 인한 미국의 고용불안, 어디까지 와 있는가 — 정부 데이터와 미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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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푸른빛이 도는 미국 도심 사무실 빌딩 야경
보관된 글입니다. 이 글은 이전에 운영하던 사이트의 아카이브에 남아 있는 기록입니다. 미국 생활·이민·비자·유학에 대한 최신 정보는 Know USA(knowusa.net)에서 새로 정리해 발행하고 있습니다.

2026년 봄, 미국 노동시장이 보낸 신호

2026년 4월, 미국에서 해고된 사람의 약 4분의 1이 한 가지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AI(인공지능) 때문입니다.

채용·해고 동향을 추적하는 컨설팅사 Challenger, Gray & Christmas가 발표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단행된 8만 8,387건의 해고 가운데 2만 1,490건(26%)이 AI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 해고였습니다. 3월에도 비슷한 흐름이었습니다 — 1만 5,341건, 25%. 두 달 연속, AI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줄인 단일 사유였습니다.

같은 기간, 메타(Meta)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약 2만 명을 한꺼번에 정리했습니다. 두 회사가 발표한 해고 사유의 핵심에는 “AI 시대로의 조직 재편”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습니다. CNBC는 이 흐름을 두고 “AI가 만든 노동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글은 그 우려가 — 얼마나 사실인지, 그리고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를 가능한 한 차분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매킨지(McKinsey), 앤트로픽(Anthropic), 예일 버짓 랩(Yale Budget Lab) — 서로 다른 입장과 방법론을 가진 다섯 기관의 자료를 함께 봅니다. 그래야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사시는 한국 이민자, 그리고 자녀를 미국에서 키우는 한국 부모님들에게 — 이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마지막에 같이 짚어보려 합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전망: 미국 노동통계국의 차분한 그림

미국 노동시장을 가장 권위 있게 예측하는 기관은 미국 노동통계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입니다. 매년 “Employment Projections”라는 10년 전망을 발표하는데, 가장 최근 자료가 2024–2034 전망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솔직히 표현하자면, 많은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차분합니다.

노동통계국(이하 BLS)은 2024년 1억 7,000만 명이던 미국 전체 고용이 2034년에는 1억 7,52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10년 동안 약 520만 개의 일자리 증가, 증가율은 3.1% 입니다. 과거 10년치보다는 다소 둔화된 속도지만, 순감소가 아니라 순전하게 증가했다는 점에 눈길이 갑니다.

BLS는 AI를 고용 시장에 어떻게 반영했을까요. BLS는 “Incorporating AI impacts in BLS employment projections”라는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직업별로 AI의 영향을 사례 연구 형태로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AI 자체의 개발과 배포에 필요한 컴퓨터 직군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머신러닝 엔지니어, 정보보안 분석가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둘째,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로 인해 사무·행정 지원직, 일부 영업직, 데이터 입력직 등은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BLS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노출(exposure)이 곧 운명은 아니다 —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강하는 직업에서는 오히려 성장이 예상된다”입니다.

BLS는 또한 향후 10년의 일자리 증가가 의료·사회복지 부문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봅니다. 둘 다 AI에 의해 대체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큰 분야입니다.

요약하자면, 미국 정부 통계의 공식 입장은 “AI는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주겠지만, 전체 고용은 여전히 늘어날 것이고, 직업 간 이동(reallocation)이 문제의 핵심이다”는 것입니다. 대량 실업 시나리오는 BLS의 기본 가정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 “2026년 노동시장의 가장 큰 이야기는 AI”

월가의 시각은 BLS보다 한 발 더 나아갑니다. 2026년 초,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올해 노동시장의 가장 큰 이야기는 AI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글로벌 기준, 생성형 AI는 약 3억 개의 정규직 일자리와 연관돼 있다.
  • 미국에서 AI는 전체 노동시간의 약 25%에 해당하는 작업량을 자동화할 수 있다.
  • AI 도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 노동력의 6~7%, 약 1,100만 명의 노동자가 다른 자리에서(displacement)일할 가능성이 있다.
  • 2026년 한 해, AI와 연관성이 큰 산업에서 월평균 약 2만 명 수준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골드만의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단어는 “노동자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다(displacement) 또는 직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지 “실업(unemployment)”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골드만은 “기존 직업이 사라져도, AI 인프라(데이터센터, 전력망, 칩 공급망)에서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약 0.6%포인트 상승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0.6%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직업군에서는 AI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일자리는 사무직·행정직·일부 백오피스 영업직이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건설·전기·발전·반도체 같은 전혀 다른 종류의 직업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50대 보험 사무직 직원이 다음 날 데이터센터 전기기사가 된다는 것은 — 통계적으로는 한 명의 일자리로 기록될 뿐이지만, 각 개인의 현실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일입니다.

골드만이 “net drag(전체적으로 약한 하방 압력)”이라는 신중한 표현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합산하고 계산하면 작아 보일수 있지만, 큰 변화를 대하는 개별 가정에는 결코 작지 않은 충격이기 때문입니다.

매킨지: AI로 인한 미국의 고용불안 어떤 직업이, 얼마만큼 흔들리는가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의 “Generative AI and the Future of Work in America” 보고서는 — 직업군별로 영향이 얼마나 다른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매킨지의 핵심 발견은 “60~70%”라는 숫자입니다. 생성형 AI는 직원이 일과 중에 하는 작업의 60~70%가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 자동화 기술의 50%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업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무·행정 지원: 작업 자동화 가능 비율 약 46% — 미국 직업군 중 1위
  • 법률(Legal): 약 44% — 계약서 검토, 판례 검색, 표준 변호 업무 등
  • 건축·엔지니어링: 약 37% — 설계 보조, 구조 시뮬레이션, 도면 자동화
  • 고객 서비스: 챗봇과 음성 AI로 1차 응대 대부분 흡수 가능

매킨지가 가장 강조한 데이터는 “임금별 격차”입니다. 연소득 3만 8,000달러 미만의 저임금 직업은, 최고임금 직업에 비해 직업 전환을 강요받을 확률이 14배 높다는 것입니다.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이미 어려운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큰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매킨지는, 수요가 늘 직업군도 분명히 짚습니다. STEM 분야(과학·기술·공학·수학), 의료 전문직, 고숙련 기술직(전기, HVAC, 배관 등 손재주가 필요한 직업), 교육·돌봄·창작 — 이런 분야는 AI가 대체하기 어렵고, 오히려 AI 시대의 인프라와 케어 수요가 늘면서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앤트로픽 Economic Index — AI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

이론적 예측이 아니라, AI가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운영하는 Anthropic Economic Index입니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AI 모델 Claude가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요청을 익명으로 분류해서, “AI가 실제로 어떤 작업을 처리하고 있는가”를 정기 보고서로 발표합니다. 2026년 2월 발표된 다섯 번째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미 미국 직업의 약 49%가, 자기 직무 작업의 4분의 1 이상을 Claude로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직업이 AI 사용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둘째, AI 사용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상위 10개 작업이 전체 트래픽의 24%를 차지했지만, 2026년 2월에는 19%로 줄었습니다. 처음에는 코딩과 글쓰기에 집중되어 있던 사용이, 다양한 산업과 직무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셋째, 가장 빠르게 자동화되는 영역은 B2B 영업 자동화와 자동 거래·시장 운영입니다. 두 분야 모두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단 3개월 사이에 API 워크플로우 수가 두 배로 늘었습니다.

특히 의미심장한 데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Claude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평균 시급이 2025년 1월 49.30달러에서 2026년 2월 47.90달러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고임금 전문직 위주로 사용되던 AI가, 이제는 중간 임금대 직군까지 본격적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 데이터는 BLS의 “10년 후 그림”이나 골드만삭스의 “향후 10년의 직업적 위치 변화”와 달리, 지금 이 순간 미국 사무실에서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러나, Yale Budget Lab의 반대 의견

여기까지 읽으면 “AI가 미국 노동시장을 본격적으로 흔들고 있구나” 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런데 — 다른 결론을 내놓는 권위 있는 기관이 있습니다. 예일 대학교의 Budget Lab이라는 곳입니다.

Budget Lab은 “Tracking the Impact of AI on the Labor Market”이라는 시리즈 형태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인구조사국의 월별 고용 데이터(CPS)를 직접 분석합니다. 2026년 초 발표된 보고서의 결론은 의외로 단호합니다.

“AI에 대한 노출(exposure)·자동화(automation)·보강(augmentation) 지표 어느 것도, 실제 고용·실업률 변화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그림은 — 거대한 혼란이 아니라, 안정성(stability)이다.”

Budget Lab은 특히 “AI 때문에 대졸 신입사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주장을 검증해 봤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20~24세 최근 대졸자의 직업 분포가 25~34세 직장인과 점점 달라져야 합니다 — AI가 신입사원이 하던 일을 먼저 잡아먹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두 집단의 직업 구성 차이는 2021년 1월 이후 30~33% 범위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포춘(Fortune)지는 이 보고서를 다루면서 “AI-washing”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일부 기업이 실제로는 비용 절감·구조조정을 위해 정리해고를 하면서, 이를 ‘AI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위의 두 사례, 골드만삭스/매킨지의 “빠르게 다가오는 충격”과 Yale Budget Lab의 “아직 데이터상으로는 확인이 안된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은 같은 현실하에서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는 분명히 빠르게 도입되면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그 효과가 거시 통계에 잡히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그리고 그 시차 안에서, 일부 기업과 일부 직군에서는 이미 충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가장 약한 고리, “커리어 시작도 못 한 세대”

거시 통계는 안정적이라고 해도, 특정 집단은 이미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예일 대학원의 “Insights”는 2026년 봄, “AI에 의한 진짜 일자리 파괴는, 커리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 최근 대졸자(20~24세) 실업률이 약 6%까지 올라, 전체 노동력 평균의 거의 두 배 속도로 상승 중입니다 (2022년 대비).
  • 주니어 레벨 채용 공고는 지난 1년 동안 7% 감소했습니다.
  • 컨설팅·금융·테크 회사들이 “신입사원 1년차가 하던 일” — 자료 정리, 보고서 초안, 코드 리뷰, 데이터 정제 — 는 AI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1년차 신입사원의 가장 큰 가치는 “3년차가 되야 만들어지는”데, 신입사원이 “1~2년 동안 배우는 과정”을 AI가 더 잘할 경우, 신입을 뽑을 이유가 크게 줄어듭니다.

문제는, 그 “신입을 안 뽑는 결정”이 5년·10년 후 미국 노동시장 전체의 중간 관리자층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026년 졸업하는 미국 대학생들이 마주한 노동시장은 — 금융위기 직후 이래 가장 어려운 환경 중 하나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국 이민자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가지 그림을 한 한국 이민자 가정의 시각으로 정리하면, 다음 같은 시사점이 나옵니다.

첫째,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BLS의 공식 전망과 Yale Budget Lab의 데이터는, “미국 노동시장이 단기간에 무너지는 시나리오는 아직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30년·40년 직장 생활을 해오신 분들이 갑자기 다음 달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둘째, 그러나 직업군의 “안전성”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이민자가 많이 종사하는 직군 중, 회계·세무 사무, 일반 행정 지원, 단순 영업 지원, 콜센터, 데이터 입력, 은 매킨지의 “자동화 가능성 상위 직군”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자영업이라도, 백오피스 사무 인원이 많은 사업체일수록 AI 영향을 빠르게 체감하게 됩니다.

셋째, 자녀 진로 설계는 “AI를 두려워하기”보다 “AI와 같이 일하는 직업”을 향해야 합니다. BLS와 매킨지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성장 직군”은 다음 세 묶음입니다.

  • 의료·돌봄·교육 — 사람이 사람에게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
  • STEM과 데이터 —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직업
  • 고숙련 기술직(trades) — 전기, HVAC, 배관, 용접 등 손과 현장이 필요한 직업

특히 한국 이민자들 중 1.5세와 2세 자녀들에게는, “명문대 → 컨설팅·금융·로펌 신입사원”이라는 전통적 경로가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영역입니다. 그 길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들어가는 문이 좁아지고, 들어간 후 ‘1~2년 차에 배우던 것’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녀의 진로 대화에 이 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AI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AI에 대체되는 사람”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데이터는 — 이미 미국 직장인의 절반이 자기 일에 AI를 일부 활용하고 있다고 보여줍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AI 도구 사용을 미뤄오신 1세대 한국 이민자분들에게도, AI 도구를 한국어 + 영어 양쪽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 향후 5년 동안 직장 안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다섯째, “AI-washing”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일부 기업이 “AI 때문에 정리해고합니다”라고 발표할 때, 실제로는 “실적 부진 + 비용 절감 + 그럴듯한 명분”의 조합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그런 발표가 나왔을 때, 회사의 진짜 재무 상황과 업계 흐름을 같이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이 글을 마치면서 —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35년·40년을 미국에서 살아오신 분들께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들어왔을 때, 미국 노동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1995년의 미국과 2005년의 미국은 — 같은 일자리 숫자였지만, 완전히 다른 노동시장이었습니다. 여행사 직원, 백과사전 외판원, 사진 현상소, 전화번호부 광고 영업, 지역 신문 편집자 — 이런 직업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에, 웹 디자이너, 디지털 마케터,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이커머스 매니저, SEO 전문가와 같은 새 직업군이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일자리 “숫자”는 늘어났지만, 그 10년 동안 50대에 직업을 잃고 다른 길을 찾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은 그때에도 통계 수치에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모양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전체 고용은 아마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직업,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변화가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AI가 미국 일자리를 죽인다 / 안 죽인다”라는 단순한 흑백 논쟁에서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어떤 부분이 AI의 사정권 안에 있고, 어떤 부분은 바깥에 있는지, 차분히 점검해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녀 세대들에게는,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주는 일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큰 기술 변화를 맞을 때마다 그 충격은 컸지만, 결국 미국 사람들은 적응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그 적응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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